산채요리와 한방맛요리

[김호진의 Delicious Life](10) 1년 내내 맛있게 즐기는 별미 음식, 고기 요리

단초화 2014. 10. 4. 11:28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 따뜻한 불 앞에서 직접 구워 먹는 고기 요리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고기반찬이 식탁에 올라오면 한 끼 식사가 풍요로워지는 것처럼 고기 한 덩어리만 있다면 양념에 재운 불고기도, 야외에서 즐기는 바비큐도 우리의 마음과 입맛을 호강시키기에 충분하다. 고기는 부위와 상태에 따라 등급이 나뉘지만, 허름한 대폿집이면 어떻고, 노천에서 연탄불에 구워 먹는 고기면 또 어떠랴. 몸이 허할 때나 기분이 울적할 때, 가족이나 친구들과 기쁜 일을 함께 축하할 때 고기 요리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항상 특별식으로 대접받는 고기 요리, 이탤리언식 조리법을 응용해 별미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든든한 보양식, 고기 한 점

서양인들처럼 고기가 주식도 아니건만 동네마다 맛있는 고깃집이 즐비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고기를 좋아한다. 몇 년 전 불기 시작한 채식주의 열풍으로 고기를 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맛있는 고기를 먹으면 허한 몸과 마음이 든든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또 고기는 모든 술과 잘 어울려 식사 대용뿐 아니라 술안주로도 인기 만점이다. 술안주로 고기를 먹고 다음날 숙취 해소를 위해 쇠고기가 듬뿍 들어간 국밥을 먹는다는 것도 재미있다. 미국에서는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스테이크를 먹기도 하는데, 단백질이 알코올을 빨리 분해해준다고 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고기 부위와 먹는 법이 다른데, 개인적으로 쇠고기는 기름기가 없는 안창살을, 돼지고기의 경우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삼겹살보다 기름기가 적은 목살이나 항정살, 전지살을 선호한다. 안창살의 경우 쇠고기 특유의 향이 나면서 질감이 살아 있어 씹히는 맛이 일품인데, 맛있는 고기일수록 단순하게 조리해 먹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질 좋은 쇠고기는 살짝 구워 후춧가루를 듬뿍 섞은 소금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달짝지근한 양념이 일품인 불고기나 양념갈비도 좋아한다. 보통 쇠고기는 간장 양념, 돼지고기는 고추장 양념으로 즐기는데, 돼지고기로 매콤하게 제육볶음을 한 다음 퀘사디아를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



나라마다 즐기는 고기 부위와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이탈리아에서는 소를 염장해서 숙성시켜 먹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전통 방식에서는 맛볼 수 없는 프로슈토나 살라미 햄 등을 처음 먹었을 때 매우 이색적이었다. 중국의 경우 쇠고기보다 돼지고기가 훨씬 비싸다는 점도 특이하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 하나, 전 세계에서 소와 돼지의 모든 부위를 맛으로 식별하고 머리와 꼬리, 발까지 어느 한 부위 버리지 않고 알차게 활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북아프리카의 어떤 소수 민족뿐이라는 것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농경사회에서 고기의 부위별 맛과 특징을 구별하며 즐겼다는 것만 봐도 맛이 발달한 민족임을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고기가 비싸다는 것은 편견인 듯하다. 쇠고기는 어떤 등급을 구입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질이 떨어지거나 조금 오래된 고기는 잘게 다져 햄버그스테이크나 동그랑땡으로 만들거나 양념에 재워 구우면 맛있는 한 끼가 뚝딱 해결된다. 또 카레나 볶음밥, 국 등에 고기가 조금만 들어가도 풍미가 달라지니 고기야말로 만능 맛내기 재료가 아닌가 싶다.



이탤리언식으로 응용한 고기 별미


지역마다, 주부마다 고기를 맛있게 즐기는 노하우는 다르지만, 새로운 맛을 탐닉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이탤리언식 고기 요리를 제안한다. 어릴 적 처음 먹었던 스파게티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미트볼 스파게티가 생각날 것이다. 고기를 다져 만든 미트볼은 우리나라 완자와 매우 흡사하다. 미트볼은 흔히 아이들을 위한 음식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청양고추를 곱게 다져 넣으면 매콤한 맛의 미트볼을 맛볼 수 있다. 이탤리언 정통 방식대로 토마토소스와 곁들여도 좋지만 고추장소스에 살짝 조려 매콤하게 즐기면 제대로 된 '어른용 미트볼'을 완성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에 육회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타르타레가 있다. 타르타레는 다진 쇠고기에 셀러리, 피클, 마늘, 양파 등을 다져 넣고, 핫소스와 토마토케첩, 디종머스터드, 올리브유 등을 넣어 버무려 먹는 스테이크의 한 종류다. 신선한 쇠고기를 채썰어 다진 마늘과 참기름을 넣고 소금으로 간한 뒤 채썬 배와 달걀노른자를 버무려 먹는 우리나라 고급 고기 요리인 육회와 양념의 재료만 조금 다를 뿐 조리 방식은 거의 똑같다.

이탈리아 로마 지역에서는 살팀보카라는 고기 요리를 즐긴다. 얇게 편 돼지고기에 프로슈토와 세이지 잎을 올려 꼬치로 고정한 다음 버터를 두른 팬에 구워내는 요리다. '입으로 뛰어든다'라는 뜻을 가진 요리로 고기와 햄, 허브 향이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데, 어찌 보면 우리나라 고기말이와 조리법이나 모양이 비슷하다. 살팀보카의 경우 프로슈토를 생략하고, 세이지 잎 대신 깻잎을 올린 다음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즈를 올려 돌돌 말아 팬에 구우면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제격이다. 튀김 요리를 좋아한다면 밀가루와 달걀,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긴 뒤 토마토케첩을 곁들여도 맛있다. 좀 더 이탤리언식에 가까운 조리법을 원한다면 여기에 토마토소스를 얹어 먹는 것도 좋다. 토마토소스를 만들기 번거롭다면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통조림 토마토소스로 대신해도 상관없다.

김호진의 행복 요리 제안





치즈 살팀보카

재료
돼지고기(등심 혹은 목살) 600g, 깻잎 10장, 모차렐라치즈 1컵,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맛술·식용유 적당량, 밀가루·빵가루 2컵씩, 달걀 1개, 토마토소스(토마토 2개, 다진 양파 4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올리브유 2큰술, 설탕 1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물 1/4컵)

만들기
1 돼지고기는 0.5cm 두께로 준비한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 맛술로 밑간하고 고기용 망치나 칼등으로 두드려 얇게 편다. 2 ① 위에 깻잎을 깔고 모차렐라치즈를 길게 얹은 다음 돌돌 말아 꼬치로 고정시킨다. 3 ②에 밀가루-달걀물-빵가루 순으로 튀김옷을 입힌 다음 식용유에 노릇하게 튀긴뒤 꼬치를 제거한다. 4 토마토소스 재료 중 토마토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썬다. 5 냄비에 ④의 토마토와 물을 제외한 나머지 토마토소스 재료를 넣어 과육이 뭉그러질 때까지 끓인다. 이때 물을 부어가며 농도를 조절해 토마토소스를 완성한다. 6 접시에 ⑤의 토마토소스를 뿌리고 ③의 치즈 살팀보카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올린다.



타르타레

재료
쇠고기(육회용) 150g, 배 1/4개, 다진 양파 3큰술, 다진 셀러리·다진 피클2큰술씩, 다진 마늘 1작은술, 달걀노른자 2개 분량, 양념(토마토케첩·핫소스·올리브유 1큰술씩, 디종머스터드 1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쇠고기는 얇게 채썰고, 배는 사방 0.5cm 크기로 깍뚝썬다. 2 볼에 ①의 쇠고기와 다진 양파, 셀러리, 피클, 마늘, 달걀노른자 1개, 그리고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고 잘 섞는다. 3 접시 위에 모양 틀을 올리고 그 안에 ②를 꾹꾹 눌러 담은 뒤 모양 틀을 빼낸다. 4 ③ 위에 달걀노른자 1개를 올려 마무리한다.

고추장소스 미트볼

재료
쇠고기·돼지고기 300g씩, 청양고추 3개, 고춧가루·간장 2큰술씩, 맛술
1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식용유 적당량, 고추장소스(고추장·설탕·다진 파 2큰술씩, 간장·고춧가루 1큰술씩, 물 1컵)

만들기
1 쇠고기와 돼지고기, 청양고추는 곱게 다진 뒤 분량의 고춧가루, 간장, 맛술,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잘 섞은 다음 지름 4cm 크기의 완자를 빚는다. 2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①의 완자를 넣고 굴려가며 익힌다. 3 볼에 분량의 고추장소스 재료를 넣고 고루 섞는다. 4 ②의 팬에 ③의 고추장소스를 넣고 살짝 조린다.

<■기획 / 이서연 기자 ■글&요리 / 김호진 ■사진 / 김성구 ■헤어&메이크업 / 이순철, 지미(순수 청담설레임점, 02-518-6221) ■패션 스타일리스트 / 문진아 ■푸드 스타일리스트 / 김유림(맘스웨이팅, 02-517-8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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