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채요리와 한방맛요리

매실청 단맛에 푹 빠져버린 토마토 새콤달콤 '웰빙 궁합'

단초화 2016. 6. 2. 12:26

매실청 단맛에 푹 빠져버린 토마토 새콤달콤 '웰빙 궁합'

 

방울토마토나 메밀싹 등 제철 채소로 만든 상큼한 식감의 샐러드는 초여름 이른 무더위로 떨어진 입맛을 되살려주는 건강식으로 좋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방울토마토나 메밀싹 등 제철 채소로 만든 상큼한 식감의 샐러드는 초여름 이른 무더위로 떨어진 입맛을 되살려주는 건강식으로 좋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매실청에 절인 토마토 샐러드

제철에 난 것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부지런하고 야무진 손끝을 가진 이는 이맘때 매실청을 담근다.

매실은 수확 철인 5월 말부터 6월 중하순까지 유통된다. 올해 매실청을 담글 요량이면 때를 놓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소스, 무침, 조림 외에도 고기 재울 때 유용한 매실청은 내가 근무하는 한식당에서도 연중 사용하는 중요한 양념이다.

양념은 ‘약념(藥念)’을 소리대로 읽어 ‘양념’이 됐다. 주재료의 맛과 영양을 더하는 것이 양념인 셈이다.

최근 당류가 해롭다는 지적이 있는데, 본디 이 세상 모든 음식은 몸에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신선한 재료를 알맞게 조리해 적당히 골고루 먹자. 무엇이든 치우치거나 과한 것은 좋지 않다.

매년 이맘때 나는 경남 하동에서 수확한 매실로 청을 담근다. 매실 100㎏에 설탕은 80㎏ 이하를 쓴다.

일반적으로 매실과 설탕의 무게를 1대1로 하는데 썩 권하고 싶지 않다. 설탕이 매실의 향과 맛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경험상 매실 1에 설탕 0.8의 비율로 했을 때 무난한 매실청이 된다.

매실의 굵기와 머금은 수분의 양 등을 고려해 설탕 비율을 조금 더 낮출 수도 있다.

가정에서는 설탕 양을 급격히 줄이면 곰팡이가 슬거나 상할 수 있으므로 1대0.8로 담그되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매실 위에 설탕을 소복이 붓는 것이 좋다.

보통 청매실을 쓰지만 내가 집에서 담글 때는 황매실을 쓴다.

고향 남해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 댁 뒷동산 밭에 매실나무가 열다섯 그루 있다.

가족이 먹을 매실을 직접 재배하는 아버지는 매실이 충분히 익어 살구빛을 띠면 수확해 보내주신다.

 청매실보다 황매실의 향과 맛이 월등히 좋고 수분도 많아 양질의 매실청을 담글 수 있다.

그럼에도 시중에 청매실이 많은 이유는 과육이 단단해 보관과 유통이 쉽기 때문이다. 또 청매실은 장아찌용으로도 좋다.

 황매실은 과육이 물러 금방 터지기 때문에 장아찌로는 적합하지 않다.

매실청은 한식 샐러드드레싱에도 잘 어울린다. 매실청에 절인 토마토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설탕에 재운 토마토를 연상케 한다. 별다른 주전부리가 없던 시절 어머니의 설탕 토마토는 여름철 최고의 간식이었다.

 텃밭에서 토마토를 뚝뚝 따다 설탕에 재워 주시면 토마토를 모두 건져 먹은 뒤 그릇에 남은 국물까지 알뜰히 마셨다.

다디단 맛, 그 행복했던 찰나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매실청에 절인 토마토 역시 아이들 간식으로 유용하다. 평소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토마토가 부드럽고 맛있다며 잘 먹는다.

 집에서 만들 땐 아이들과 함께 데친 토마토 껍질을 벗기면서 “할머니는 옛날 아빠에게 설탕에 재운 토마토를 주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줘 보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몸에 나쁜 설탕을 왜 뿌려요” 하고 물으면 지금처럼 초콜릿, 사탕, 주스 등

단맛의 간식이 흔치 않던 옛 시절을 설명할 수도 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매실청 드레싱 샐러드를 좋아한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의 미슐랭 3스타 셰프로 창의적인 아시안 프렌치

요리를 선보이는 파스칼 바흐보 일행이 저녁 식사를 하러 왔을 때도 비빔국수에 곁들임으로 냈다.

파스칼 바흐보 셰프 역시 토마토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지를 물으며 ‘정말 맛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미슐랭 스타 셰프도 인정한 매실청에 절인 토마토는 기분 좋게 달고, 새콤하고, 부드럽게 씹힌다.

잘만 보관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드는, 지난해 담근 매실청의 맛이 한창일 때다.

뚝딱 손쉽게 만들어 근사하게 내놓을 수 있는 샐러드 조리법을 소개한다. 올여름 별미로 자주 활용해보자.

정재덕 셰프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식당 다담의 총괄셰프. 20여 년간 우리 사찰음식을 비롯해 궁중음식, 반가음식 등 한식을 폭넓게 연구해왔다.

대한명인회 선정 사찰음식 부문 최연소 명인으로도 선정돼 조계종에서 직영하는 음식점 발우공양의 조리팀장을 지냈다.

 

어떻게 만드나

 

재료(4인분 기준)

방울토마토 30개, 매실청 1컵, 양상추 6∼8장, 메밀싹 25개, 드레싱 재료(매실청 3큰술, 올리브유 1큰술, 소금 한 꼬집)

 

만드는 법

1 꼭지를 뗀 토마토는 껍질이 쉽게 벗겨지도록 껍질에만 칼집을 십자(+)로 살짝 낸다.

끓는 물에 8∼10초간 데친 후 바로 찬물에 넣어 식힌 다음 건져 껍질을 벗긴다.

2 1의 토마토를 그릇에 담은 후 매실청을 붓는다.

3 메밀싹은 씻어서 물기를 빼고, 양상추는 씻어서 물에 약 3분간 담가 싱싱해지면 건진다.

4 드레싱 재료를 넣고 믹서에 간다.

5 접시에 양상추를 담고 2의 토마토를 건져 올린다. 4의 드레싱을 뿌린 뒤 메밀싹으로 장식한다.

 

조리 팁

1 매실청에 절인 토마토를 냉장고에 반나절 이상 보관했다 사용하면 토마토가 매실청을 듬뿍 머금어 맛이 월등히 좋아진다.

2 곁들이는 채소는 새싹류를 추천한다. 알팔파, 비타민, 완두콩, 땅콩 등 요즘 다양한 새싹 채소가 나온다.

 새싹에는 영양소가 3∼4배 응축돼 있어 건강에 좋고 남녀노소 거부감 없이 잘 먹는다.

 이번 샐러드에는 여름철 맛과 구성이 잘 어울리는 메밀싹을 활용했다. 다른 새싹으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3 샐러드용 토마토는 큰 것도 가능하지만 이왕이면 방울토마토를 권한다.

큰 것을 잘라 사용하면 과즙과 과육이 모두 흘러나와 완성한 샐러드가 깔끔하지 않다.

지금 시중의 토마토는 대부분 하우스 토마토다. 노지에서 재배한 제철 토마토는 이달 말부터 맛볼 수 있다.

노지 토마토는 비바람을 맞고 자라 껍질이 두껍고 과육이 차져 사철 먹던 하우스 토마토와는 또 다른 식감을 느낄 수 있다.

4 매실청에 절인 토마토 샐러드에 한입 크기로 썬 리코타 치즈나 모차렐라 치즈를 곁들이면 와인 안주로도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