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채요리와 한방맛요리

법송 스님의 참 쉬운 사찰 음식_ 현미고사리전·청각무침·잡곡죽

단초화 2014. 12. 30. 10:34

법송 스님의 참 쉬운 사찰 음식_ 현미고사리전·청각무침·잡곡죽

 

여법(如法)이란 종교적 의미 외에 '바른 도리에 들어맞음'을 뜻한다. 음식에 있어 여법이라 함은 바른 도리에 들어맞는 음식일 것이다. 자연 순리에 맞춰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니 당연히 몸에 이롭고 별다른 조리법도 필요 없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여법한 사찰 음식이고, 법송 스님의 음식 또한 그러하다.푸른 잎채소가 귀한 겨울, 잡곡과 묵나물, 뿌리채소, 바다 채소인 해조류로 차린 사찰 밥상을 소개한다.

현미고사리전

겨울 푸성귀로 치자면 시금치, 미나리, 배추 정도가 고작일 것입니다. 이맘때면 봄, 여름, 가을 내내 말린 묵나물로 밥상을 차립니다. 이 묵나물은 겨울철 절집의 중요한 식재료이자 건강도 챙겨줍니다. 음양오행으로 풀이하자면, 겨울에는 신장이 약해지는데 검은색 음식은 신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면역력도 증진해주지요. 봄에 말려둔 검은색 묵고사리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밥상에 올리기 시작합니다. 특별한 날이면 고사리를 불리고, 현미가루를 물에 개어 반죽해 철판에 노릇노릇 구우면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고사리는 양념장에 무쳐 수분이 완전히 날아가도록 볶은 뒤 구워야 군내가 풍기지 않습니다.

조리시간 30min(고사리 손질 시간 제외) | 재료분량 4인분 | 난 이 도 중

재료: 마른 고사리 50g, 현미가루 1컵, 들기름 3큰술, 간장 1작은술, 소금 ⅓작은술, 식용유 약간, 물 1컵

1. 냄비에 물을 넉넉히 담고 고사리를 넣어 20분 정도 끓인다. 불을 끄고 그대로 30분 정도 두었다가 3번 정도 물을 갈아주면서 고사리를 불린다.

2. 불린 고사리에 들기름과 간장을 넣고 무친 뒤 팬에 볶는다. 물기가 거의 없을 정도로 볶는다.

3. 현미가루에 물과 소금을 넣고 섞어 반죽을 만든다.

4. 볶은 고사리를 현미 반죽에 섞어 식용유 두른 팬에 한 숟갈씩 올려 노릇하게 부친다.

청각무침

부산 등지에선 김장할 때 청각을 꼭 넣지요. 바다 향 가득한 청각은 독특한 모양새와 꼬들꼬들한 식감 때문에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나뉘는 재료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식재료입니다. 생청각을 구하기 힘들 때는 마른 청각을 두었다가 반찬으로 내지요. 청각은 무엇보다 손질을 깨끗이 해야 합니다. 마른 청각은 끓는 물에 3분 정도 데쳤다가 바로 찬물에 헹굽니다. 그런 다음 굵은소금에 바락바락 문질러 씻어 헹궈야 돼요.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하면 청아하고 맑은 바다 향이 풍기지요. 아삭거리는 배나 무를 곱게 채 썰어 초양념장에 무쳐 내면, 입맛 돋우는 반찬이 완성됩니다.

조리시간 25min(배물 삭히는 시간 제외) | 재료분량 4인분 | 난 이 도 하

재료: 마른 청각 80g, 배 1개, 식초 6큰술, 매실청 5큰술, 설탕 1큰술, 깨소금 1작은술, 굵은소금 2작은술, 볶은소금 ⅓작은술

1. 배 절반은 즙을 짜서 배즙 ½컵에 볶은소금을 넣고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2. 마른 청각은 끓는 물에 3분 정도 데쳐 바로 찬물에 깨끗이 씻는다. 물기를 짜서 다시 볼에 담아 굵은소금에 바락바락 문질러 씻고 물에 헹궈 꼭 짜서 2~3등분으로 자른다.

3. 남은 배는 채 썬다.

4. 삭힌 배물, 식초, 매실청, 설탕, 깨소금을 섞은 뒤 청각과 채 썬 배를 조물조물 무친다.

잡곡죽

음식을 가르쳐주셨던 큰스님은 이맘때 되면 항상 11가지 잡곡으로 죽을 쑤어주셨습니다. 잡곡 하나하나가 지닌 특별한 영양 성분이 오롯이 담긴 잡곡죽은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먹어 두는 보양식인 셈입니다. 잡곡 중 빠지지 않고 넣는 것은 검은색 곡식과 검은콩 그리고 율무와 조입니다. 율무는 몸의 습을 빼줘 위를 돌봅니다. 조를 끓인 물은 수술한 뒤 회복식으로 먹을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지요. 불린 잡곡을 굵게 빻아 죽을 쑤어 꼭꼭 씹어 넘기면, 고소한 맛이 배가되지요.

조리시간 40min(잡곡 불리는 시간 제외) | 재료분량 4인분 | 난 이 도 중

재료: 현미 40g, 검은콩·흰콩·팥·흑미·검정깨·찹쌀 현미·조·수수·기장·율무·보리·땅콩·잣 30g씩, 소금 약간, 물 3.5L

1. 검정깨와 잣을 제외하고 현미와 모든 잡곡을 문질러 깨끗이 씻은 다음 물에 5시간 정도 불린다.

2. 불린 잡곡과 검정깨, 잣은 함께 섞어 믹서에 살짝 갈거나 절구에 넣고 몇 번만 쳐서 작은 알갱이로 만든다.

3. 잡곡과 물 절반의 양을 냄비에 담고 중간 불에 은근하게 30분 정도 끓인다. 이때 물이 졸아들면 나머지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가끔씩 젓는다.

4. 잡곡 알갱이가 퍼지면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5분 정도 뜸을 들인 뒤 소금으로 간한다.

기획 양연주 기자 | 어시스트 김은희 | 요리 법송 스님 | 사진 최해성 | 디자인 김보람 | 그릇협찬 광주요(www.kwangju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