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채요리와 한방맛요리

쇠고기·오이로 빚은 '아삭 만두'-스크랩글

단초화 2016. 7. 23. 11:39

쇠고기·오이로 빚은 '아삭 만두' 무더위 '속 상할 일' 없네~

 

규아상 만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차갑게 식혀 먹는 음식이다. 초록 담쟁이 잎에 투명한 각얼음까지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규아상 만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차갑게 식혀 먹는 음식이다. 초록 담쟁이 잎에 투명한 각얼음까지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여름 만두 ‘규아상’

만두는 공을 많이 들여 만들어 먹는 음식 중 하나다. 명절 때 외에는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만두가 먹고 싶으면 동네 만두집이나 분식집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가공식품 산업이 발달하며 냉동만두까지 등장, 이제는 어느 가정에서나 손쉽게 만두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최근 시장에 나온 냉동만두 중에는 꽤 맛이 좋은 제품도 여럿 있다. 하지만 어디 집에서 직접 빚는 만두의 맛과 식감에 비할 수 있을까. 흔히 알고 있듯 만두는 중국에서 시작됐다. 만두의 유래로는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의 이야기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 송나라 때 고승이 편찬한 ‘사물기원’에는 “삼국시대 촉의 제갈공명이 남만을 정복하고 돌아오는 길에 풍랑이 심해 건널 수 없자 따르는 자가 물의 신을 위로하기 위해 풍속에 따라 사람의 머리(頭)를 제단에 바칠 것을 권하니, 공명은 개선하는 중에 한 사람이라도 더 죽인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노릇이라 하고 양과 돼지의 고기를 밀가루 반죽에 싸서 사람의 머리처럼 만들어 이를 대신 바쳤는데, 만두(饅頭)란 이름은 여기서 비롯됐다”고 기록돼 있다. 이 전설이 이익의 ‘성호사설’에도 적혀 있다니 우리나라에는 이미 조선 시대에 만두와 만두에 관한 유래가 전해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다양한 재료로 만두를 만든다. 우리나라 만두는 피나 속 재료에 따라 밀만두, 어만두, 메밀만두, 버섯만두, 꿩만두, 고기만두, 김치만두, 편수 등으로 부른다. 그중 오늘 소개할 규아상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여름철 특히 즐겨 먹었던 만두다. 옛 문헌을 보면 재료나 만드는 법은 같은데 이름을 수고아, 수교위 등 여럿으로 칭했다. 또 ‘미만두’라고도 하는데 빚어 놓은 모양이 마치 해삼 등에 뾰족뾰족 나온 모양을 본떴다고 해 ‘미’(해삼의 옛말) 자가 붙었다. 그냥 해삼만두라고도 한다. 규아상이란 이름은 순우리말로 그 유래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채 쓰여왔다.

규아상을 여름에 먹는 이유는 만들기가 간단하고 쉽게 상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속 재료가 일반 만두처럼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쇠고기, 표고버섯, 오이 정도만 쓴다. 쇠고기와 표고버섯은 간을 한 뒤 볶아서 쓰기 때문에 쉽게 변하지 않고, 채소 중에도 호박이나 부추, 김치를 넣은 만두소는 쉽게 상하지만 오이는 잘 상하지 않는다. 오이는 씨가 들어가지 않도록 채친 후 소금에 절여 물기를 꼭 짜서 볶아 사용한다. 오이를 고를 때는 이왕이면 청오이가 좋다. 끝 부분이 연둣빛을 내는 백오이는 물이 너무 많다. 볶은 쇠고기, 표고버섯, 오이가 준비되면 만두피에 넣어 싸는데, 이때 모양을 예쁘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옛날 만두기술자만큼 빠르고 예쁘게 빚는 건 아무래도 연륜과 내공이 제법 쌓인 분들이 잘한다.

규아상 만들기의 하이라이트는 만두를 찌는 과정에 있다. 여름철 담장을 푸르게 장식하는 담쟁이 잎을 따다 규아상을 한 잎에 하나씩 싸거나 담쟁이를 깐 찜기에 올려 찐다. 이렇게 해야 솥에 붙지 않고, 그릇에 담았을 때 시원해 보이면서 여름 내음이 물씬 난다. 속 재료가 모두 익은 상태에서 찌기 때문에 김 오른 찜기에 5분 내외면 충분하다. 규아상은 매우 깔끔한 맛이다. 담쟁이 잎에 올라앉은 규아상을 한입 베어 물면 쇠고기와 표고버섯의 향이 물씬 풍기면서 아삭한 오이를 씹는 맛이 무더운 여름을 잊기에 충분하다. 찜솥에서 꺼내 따뜻할 때 먹으면 가장 맛이 좋고, 식은 다음 차게 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2인분 기준)

건표고버섯 1개, 쇠고기(우둔살) 100g, 오이 1개, 소금 약간, 잣 20알, 만두피 15장, 담쟁이 잎 20장, 간장양념(진간장 1큰술, 설탕 1/2큰술, 맛술 1/2큰술, 다진 파 1/4작은술, 다진 마늘 1/2작은술, 깨소금, 후춧가루 약간), 초간장(간장 1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2큰술)

만드는 법

1 건표고버섯은 미지근한 물에 30분간 불린 다음 곱게 채 친다. 쇠고기는 곱게 채 썬다.

2 간장양념을 모두 섞은 다음 채 썬 표고버섯과 쇠고기를 넣어 고루 무쳐 프라이팬에 볶는다.

3 오이는 씨 부분을 제거하고 4∼5㎝ 채 썰어 소금을 뿌린 뒤 10분간 절인다. 오이채 100g에 소금 2g 정도의 비율이 적당하다.

4 3의 오이가 절여지면 물기를 꼭 짠 다음 센 불에 남은 물기가 마를 정도로 살짝만 볶는다.

5 볶아 둔 표고버섯, 쇠고기, 오이를 섞어 소를 만든다.

6 만두피 옆면에 물을 묻히고 5의 속을 적당히 넣은 후 잣을 몇 개 넣고 반으로 접어 붙인 다음 사진처럼 주름을 잡는다.

7 찜통을 올리고 김이 오르면 담쟁이 잎을 깔고 그 위에 규아상을 올려 5분 내외로 찐다. 담쟁이 잎과 함께 접시에 담아낸다.

8 초간장을 분량대로 섞어 함께 낸다.

조리 Tip

1 규아상을 만들 때 잣은 생략해도 무방하지만 넣으면 고소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2 규아상의 쇠고기는 다지는 것보다 채 썰어 넣는 것이 씹는 맛이 좋다.

3 만두피는 시판하는 것을 사용하면 간편하다. 직접 만들고 싶을 때는 밀가루(강력분이 좋다) 2컵, 소금 약간, 식용유 2작은술, 물 3/4컵 분량을 넣어 반죽한 다음 위생비닐이나 랩에 감아서 냉장고에 30분 이상 숙성한다. 냉장고에서 숙성해야 반죽이 부드러워지고 찰기가 돈다. 숙성한 반죽은 가래떡 모양으로 빚은 다음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떼서 덧가루를 뿌려가며 밀대로 둥글게 말아 사용하면 된다.

4 담쟁이 잎을 구하기 어려울 경우 깻잎이나 취나물 이파리를 활용하면 맛과 향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