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4집 "82 못 찾겠다 꾀꼬리/비련
1 못찾겟다 꾀꼬리
2 생명
3 꽃바람
4 따오기
5 난 아니야
6 보고싶은 여인아
7 자존심
8 산장의 여인
9 비련
10 민요메들리(81 해운대 비취 페스티발 실황)
대중가요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 짧지만 광범위한 질문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을 찾는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두말 할 것 없이 조용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0대 아이돌 스타로 군림할 때부터
지금까지 대중들이 생각하는 좋은 노래의 표준을
제시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용필을 스타로 만들었던 1집부터 3집까지를 살펴보면
당시의 음반 구매층이었던 30대 중장년층에 집중적으로
그 코드가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단발머리"나 "창 밖의 여자"처럼 약간 설익은
사춘기적 감수성이 살짝 들어가 있기는 해도,
전체적으로 앨범을 끌어가는 주 장르는 트로트
("미워, 미워, 미워", "정")와 민요("한오백년")였다.
그런 점에서 조용필은 아직까지 자신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장르를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따라서 조용필의 4집 [못 찾겠다 꾀꼬리/비련]은
비록 파격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의 고민 끝에
나름대로의 결단을 내리면서 한발 내딛기 시작한,
좀 유치한 비유를 하자면, 막 혼자 걷고 단어를 구사하기
시작한 아이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다.
물론 팬 서비스 차원으로 보이는 민요 메들리나,
"산장의 여인" 같은 고전적인 넘버가 들어 있기는 하지만
이전 앨범과 확연히 구별되는 부분이 있다.
판에 박힌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장르적 실험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전 앨범들의 성격이 대중적 취향을 걸러내지 않고
무조건 수용하는 입장에 있었다면,
4집의 경우에는 비트 있는 노래들
(한국 고유의 장단이 느껴지는 "못 찾겠다 꾀꼬리", "자존심")들이
음반 양 사이드에 한 곡씩 포진하면서
일반적인 성인취향의 가요와 거리를 두고 있다.
이 두 곡은 민요와 트로트 사이를 오가며 얻어진 성공적인
실험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노래 잘 하는 가수에게 통용되는 이른바
열창법에서 벗어나
(물론 열창을 한 노래들도 있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고음처리가 많지만)
국악에서 쓰이는 판소리 창법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자존심"). 노래는 비교적 평이하지만 소리에 포인트를 맞추고자
노력한 흔적을 보면 이 노력이 그저 그런 실험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전해진다("못 찾겠다 꾀꼬리").
1집부터 3집까지의 대중 지향적인(엄밀히 말해 트로트적인) 음악은
4집에 와서 이제 성인가요의 울타리를 넘어섰다.
그뿐 아니라, 대중을 즐겁게는 하고 싶지만 그들에게
끌려 다니고 싶지만은 않다는 것을
(미약해 보이긴 하지만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소리로) 전달해준다.
조용필의 이런 작은 모험은 "기도하는~" 이라는
트레이드마크로 대표되는 "비련"의 빅 히트로 탄력을 받아
향후의 앨범들에서 큰 빛을 발하게 된다.
그 출발점은 이 앨범이라고 단언해도 손색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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